

이사 가기 전날.
설레는 마음을 안고 침대에 누워서 마지막으로 내 방 사진을 찍었다. 이사 전전날도 새벽까지 야근했고, 이사 전날도 야근하고 집에 돌아와서 제대로 준비도 못하고 누웠다.
첫 자취라 집에서 나와서 살 수 있을지 걱정도 되고 내일 만나야 할 부동산 사람과 임대인, 이사 도와주실 용달 아저씨, 주문한 물건들이 제대로 잘 올지 등등 걱정이 많아서 잠이 잘 안 오더라. 잘해보자고 다짐했던 것 같다.
이삿날.
임대인 만나서 잔금 치르고 인테리어 공사기간 동안 쌓여있던 관리비를 정산받고(오천원정도 되는 돈을 현금으로 줬다.ㅋ) 집에 들어갔다. 집주인도 부동산에 모든 걸 위임해뒀다고 했고 인테리어 공사를 하면서 한 번도 안 와보다가 잔금날 겸사겸사 처음 와본다고 하며 같이 집에 들어갔다.
샷시, 화장실, 싱크대, 타일 등등 새로 시공했고, 도배랑 장판도 싹 간 집이라 겉으로 보기에는 깨끗하고 깔끔했지만, 막상 짐을 옮기고 청소를 하려고 구석구석 살펴보니..




더는 첨부 안 했지만 진짜 하자 파티였다. 현관 센서가 안 들어오고 큰방 전등이 나가서 안 들어오고..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하나하나 확인하면서 웃음밖에 안 나왔다. 아무리 30년 이상 된 아파트라고 해도 아파트고 샷시 포함해서 싹 다 고친 집에 들어와서 살면 전월세 사기에서도 그렇고 안전이나 여러 가지 면에서 그래도 나을 거라고 생각했고, 그래도 화장실이나 싱크대는 남이 안 썼던 거니까 깨끗할 거고 나머지 부분은 화장실이랑 싱크대만 괜찮으면 살만할 거라고 생각했다. 아무래도 내 착각이었나 보다.
부동산 할아버지, 인테리어 할아버지는 젊은 사람이라고 무시하고 이거 저거 고쳐달라고 했을 때 이런 집에 살면서 이런 거까지 고치려고 하냐는 말을 하면서 임차인은 가만히 있으라고 했고, 임대인이 같이 와서 확인해서 망정이지 나만 있었으면 아무것도 안 해주려고 했을 거다. 내가 들어온 집은 고쳤다고 하면서 그렇게 싸게 나온 집도 아니었고 심지어 나는 월세라 보증금도 내고 월세까지도 100만 원 가까이 내고 살 예정이었다.
결국 하자 부분은 다 받아내고 고치긴 했지만 그걸 고쳐달라고 하기까지 여러 사람이랑 언성 높이면서 하루종일 싸워야 했다. 왜 자기가 하자 만들면서 대충 작업해 놓고 이렇게 당당하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. 내 인생에 이렇게 타인과 많이 싸우게 될 줄도 몰랐고, 이렇게 하자가 많고 문제있는 집에서 살게 될줄도 몰랐다. 하루종일 내가 이런 일을 겪게 되다니 하는 말을 달고 있었다.



수많은 하자를 어찌저찌 해결하고 청소에 집중을 하려고 보니 이전에 살던 사람이 한 번도 청소를 안 한 건지 뭔지 너무너무 더러웠다.
사실 집을 알아볼 때 이 집에 이전에 살던 세입자가 8년 이상 살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어서 그 부분에서 더 이 임대인과 계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었다. 그런데 이렇게 집에 관심도 없고 부동산이 집 관리인이라도 된 양 모든 걸 다 맡겨놓는 임대인을 만나게 되다니ㅋㅋㅋ 그냥 12년은 내가 청소해야 할 때의 누적 햇수였나 보다.
어쨌든 문틀과 문, 손잡이는 쓸만하니까 교체를 안 한다고 못 박았고, 쓸 수는 있는 게 맞으니까 알았다고 했다.
원래는 문고리를 내가 사서 교체해서 쓰고 나갈 때 원래 걸로 다시 달아놓고 나갈 생각이었는데 집 상태를 보니 굳이 그러고 싶지 않아 졌다. 문고리만 교체해서 뭐 하나 싶었다. 문 자체도 진짜로 30년이 된 건지 낡은 거에 페인트칠만 두껍게 되어있었다.
하루종일 싸우고 청소하고 싸우고 청소하고 주문한 가구 받고 하다 보니 어느 정도 체념이 되어갔다. 어짜피 계약한거고 잔금도 다 치렀고 이곳에서 얼마가 됐든 한동안은 살수밖에 없으니까 어느정도 납득을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었다.
이사 첫째 날 끝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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